안녕하세요, 국제비즈니스어학부 일어전공 10학번 박*형입니다.
최근 어문계열 전공자들의 취업이 어렵다는 소식을 자주 듣습니다. 주변 지인들도 현실과 타협하며 전공과는 거리가 있는 일을 찾곤합니다. 그러나 대학에서 최소 4년 이상 동고동락한 언어 전공으로부터 등을 돌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도 일본에서 취업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결심만 했을 뿐 일본의 취업시장에 대해 전혀 정보가 없었습니다. 덕분에 정보수집만으로 많은 시간을 소비했었죠. 여기서 일본 취업을 생각하는 분들이 시간을 조금이나마 아끼고, 제 경험이 도움이 될까 싶어 글을 써보자 결심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일본에서의 취업활동 순서(인턴쉽부터 내정을 받는 과정까지)를, 다음 글에서는 제 경험담을 다루려 합니다.
[★지금부터 취업활동을 就職活動(しゅうしょくかつどう)、줄여서 就活(しゅうかつ), 취준생은 就活生(しゅうかつせい)라고 합니다.]
<11월>
<영화 ‘인턴’은 아름다운 이야기지만, 실제와는 달라보입니다>
1. 인턴쉽(インターンシップ)
대부분의 학생들은 새해가 시작되는 1월이나 벚꽃이 피기 시작하는 3월부터 본격적으로 就活를 시작하지만 이미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를 결정한 학생들은 인턴쉽에 참가하기 위해 11월부터 바쁩니다. 채용정보 홈페이지 리쿠나비(リクナビ, www.rikunabi.com/)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기업 인턴쉽 실시율(2015년도)는 59.5%(전년대비 9.6%증가)이고 학생 참가율은 39.9%(전년대비 13%증가)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출처 : 「就職白書2016リクルートキャリア就職みらい研究所調べ」). 인턴쉽은 일을 체험하는 단계에 불과하다는 인식과 달리, 실제론 채용기준의 한가지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11월에 시작해 이듬해 2월까지 진행됩니다.
<1월>
<수많은 기업들과 양복차림의 사람들 안에서 일하고 싶은 곳을 찾는건 쉽지 않습니다>
2. 합동설명회(合同説明会)
합동기업설명회는 수많은 기업과 就活生이 한 곳에 모이는 설명회입니다. 리쿠나비와 마이나비(マイナビ、https://job.mynavi.jp/)등 대형 채용정보 사이트가 주최하는 이 이벤트는 1월부터 일본 전국 도시에서 개최됩니다. 개최도시에 따라 참가 기업수도 다른데, 대도시(도쿄, 나고야, 오사카, 후쿠오카 등)일수록 많은 기업이 참가합니다. 운이 좋게도, 캐리타스(キャリタス, https://job.career-tasu.jp/2017/features/foreign/student/) 등의 일부 사이트는 외국인 취준생을 위한 설명회를 개최합니다. 비록 앞서 언급한 두 곳의 사이트가 개최하는 이벤트보단 비교적 적은 수의 기업이 참가하지만, 주변 就活生도 전부 외국인인 덕분에 서툰 일본어라도 주눅들지 않고 질문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설명회에 참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3. 자기연구 및 기업연구(自己研究及び企業研究)
<이렇게까지 내 자신을 몰랐나 깨닫는 단계입니다>
자기연구, 즉 어떤 일에 적성이 맞는지, 뭘 하고 싶은지 등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는 이 단계는 거치지 않으면 성공적인 就活는 이뤄지지 않습니다. 과거의 절 포함한 대다수의 학생들은 就活를 시작할 때 까지 이 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합동설명회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한 번에 못찾으면 도쿄든 오사카든 어디든, 몇 번이든 찾아가야합니다. 교통비와 숙박비로 줄어드는 잔고와 쌓아져가는 피로와 마주하고 ‘이러려고 대학다녔나’ 자괴감에 빠질 수도 있지만, 결코 좌절은 하지마세요. 처음 이용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산 옷이 우연히 몸에 딱 맞는 것처럼, 여러분과 딱 맞는 기업은 우연히 찾아올 겁니다.
자기연구 단계나 합동설명회에 참가해서 가고 싶은 기업을 찾은 취준생들은 기업연구를 시작합니다. 기업연구란 연봉은 얼만지, 복리후생은 어떻게 되는지, 올해는 몇 명을 뽑는지 등의 정보를 꼼꼼히 따지는 단계입니다. 채용정보 사이트나 해당기업 홈페이지 신졸채용(新卒採用) 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3월>
<2월 말부터 대도시의 광고판은 [3월 1일 엔트리 개시]로 도배가 됩니다>
4. 엔트리(エントリー)
엔트리란 기업에게 ‘그쪽한테 관심있어요’라고 표현하는 단계입니다. 자기분석, 기업연구 단계를 거쳐 간추려낸 기업을 채용정보 사이트에서 검색해 엔트리 버튼만 누르면 됩니다. 이 버튼을 클릭함으로써 엔트리 한 사람만 알 수 있는 정보(단독설명회 등 주요 스케쥴)를 받게되죠(대다수 이메일로 전송되기 때문에 항시 체크가능한 이메일을 회원가입할 때 기입하시기 바랍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특정 채용정보 사이트에서만 엔트리가 가능한 경우가 있으므로 꼭 여러 사이트에 가입해두시길 바랍니다.
엔트리를 했다고 이후의 선고과정(選考過程, 뒤에 설명)에 반드시 참여할 의무는 없습니다. 또, 엔트리 수에는 제한이 없기 때문에 몇 십개 기업에 관심가는대로 하면 됩니다. 그만큼 따라오는 정보량을 감당할 수 있다면 말이죠.
<3월 중순부터 9월까지>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단독설명회에선 특히 졸면 안됩니다>
5. 단독설명회 및 선고과정(単独説明会及び選考過程)
3월 중순부터 엔트리가 완료된 기업으로부터 받는 메일 중 대다수는 단독설명회 스케쥴 공지입니다. 1월부터 개최한 합동설명회보다 더 세부적으로 기업에 대한 정보를 들을 수 있는 이벤트로 ‘나는 더 이상 얻을 정보가 없어’라고 하는 분들도 꼭 참가하시길 바랍니다. 단독설명회에 참석하지 않으면 다음 선고과정으로 나갈 의지가 없다고 판단되어 선고과정 진행 자격이 박탈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선고과정은 서류전형부터 채용(=내정, 内定)까지의 일련의 채용과정을 의미합니다. 선고과정은 기업마다 매우 다르지만 대다수 서류, 필기시험, 면접 등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지금부터 하나씩 설명할게요.
<자기소개서가 자소설이 될지언정 본인이 뭘 썼는지 정도는 기억합시다>
5-1. 서류: 이력서 및 엔트리시트(履歴書及びエントリーシート)
이력서와 엔트리시트(흔히 ES로 줄여말합니다)는 3가지 점에서 다릅니다.
이력서는 편의점에서부터 100엔샵, 학교 매점 등 여러가지 곳에서 살 수 있으나 엔트리시트는 채용정보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하거나 단독설명회에서 배부하는 등 기업으로부터 받아야만 합니다.
이력서에 이름, 주소, 학력, 면허자격 등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주로 적는다면 엔트리시트에서는 입사해서 하고 싶은 것, ◯년 뒤에 하고 싶은 일(입사 후 캐리어)등 ‘지금부터 뭘 하고 싶은가’를 적습니다.
이력서와 엔트리시트는 작성을 위해 주어진 여백 크기부터 차이가 있습니다. 이력서는 여백이 작기 때문에 간결하게 써야합니다. 반면 엔트리시트는 넓기 때문에(자기어필만으로 A4한장을 채워야 할 때도 있습니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를 알기 쉽게 적어야합니다. 이를 위해 결론을 먼저 적는 게 바람직합니다.
<SPI를 노가다로 풀다간 내년에도 엔트리시트를 쓰고 있을지 모릅니다>
5-2. 필기시험 : SPI
就活에서 면접보다 더 어려운게 이 필기시험, SPI입니다. SPI란 국어, 수학 등의 능력을 알아보는 [기초능력적성검사]와 성격특징을 알아보는 [성격적성검사]로 이뤄져있습니다. [기초능력적성검사]는 언어문제와 비언어문제로 나눠집니다. 언어문제는 기초적인 어휘 및 문장 독해력이 요구되며 ‘어휘관계’, ‘용법’, ‘장문독해’ 등의 문제가 출제됩니다. 비언어문제는 수학문제, 이론적 사고 등이 요구되며 ‘비율’, ‘도형문제’, ‘확률’, ‘추론’ 등의 문제가 출제됩니다. 전자도 후자도 주어진 시간이 짧기 때문에 빠르고 정확하게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해야합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문항도 보기도 전부 일본어로 출제됩니다. 즉, 같이 시험을 치고 있는 일본인은 문제 읽는데 문제가 전혀 없지만 외국인인 우리는 벌써부터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그래도 흔들리지말고 잘 풀어봅시다.
굳이 시험장으로 가지 않아도 자택에서 볼 수 있는 Web테스트 형식도 있습니다. 노파심에 말하지만 ‘ALT+TAB’으로 검색하면서 풀 정도로 시험시간이 여유롭지 않답니다.
<‘날 안뽑으면 니네 손해다’ 등의 자기최면으로 자신감을 심으세요>
5-3. 면접 : 개인/단체면접, 그룹 디스커션
보통 면접은 2차선고나 3차선고 부터 시작됩니다. 1차에선 주로 자기어필, 학생시절 가장 열심히 했던 일 등을 물어보며 2차부터는 회사에 관련된 질문(창립자 이름은 무엇인지, 자사 브랜드는 몇개가 있고 이름을 댈 수 있는 지 등)을 물어봅니다. 모든 답변은 보충설명이 가능한 구체적인 예시를 들면서 하며 면접관의 눈을 보고 자신있게 말해야합니다.
개인면접과 단체면접(個人面接/団体面接) : 개인면접은 면접관과 1:1 혹은 다(多):1의 면접이고, 단체면접은 보통 면접관 1~2명에 지원자 2~4명이 함께 들어가는 면접입니다. 단체면접에서는 다른 지원자의 말을 잘 듣는 태도도 물론 점수가 매겨집니다.
그룹 디스커션(グループディスカッション) : 3~5명 정도의 인원이 그룹이 되어 면접관이 출제한 한 과제에 대해 사회자, 찬성, 반대(司会者、賛成、反対)로 나누어 일정시간 토론을 준비하고 발표를 하는 형태입니다. 사회자가 눈에 안띄기 때문에 대다수의 학생들이 맡지 않으려 하지만 토론리듬을 조절하고 발표내용도 잘 요약해서 진행한다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답니다.
5-4. (일부기업에 한함) 일본어 시험
일본어의 미묘한 뉘앙스 차이에 민감한 업종(특히 서비스 등)은 최종 선고 뒤 특별히 일본어 시험을 봅니다. 평상시의 실력을 체크하기위해 미리 공지를 하지 않기도 합니다.
<4월 중순부터 就活 끝까지>
<이제 이듬해 4월까지 without 걱정으로 놀아도 됩니다>
6. 내정(内定)
모든 선고과정이 끝나면 발표 전화 혹은 우편물이 도착합니다. 합격을 하셨다면 축하합니다, 내정을 받으셨네요. 내정을 받으신 후에는 일정기간 안에 그것을 수락하셔야합니다. ‘내정을 여러 기업으로부터 받으면 어떻게 할까’라는 행복한 상상을 하는 사람도 있을텐데 결코 꿈이 아닙니다. 그럴 땐 가고싶은 기업 하나만 정하고 내정을 수락할 의사를 표한 다음 나머지 기업에게는 내정 사퇴(内定辞退)을 통보하여야합니다. 죄송하고 송구스런 마음이 들겠지만 오히려 사퇴를 질질 끄는게 기업에게 민폐입니다. 빨리 사퇴해줘야 다른 내정자를 선발하겠죠?
이제 이듬해 4월 1일까지 마음 놓고 학생으로서의 남은 기간을 보내시면 됩니다. 일본인 학생들은 내정을 받게되면 마음 놓고 졸업논문을 쓰거나 졸업 여행을 가는 등의 시간을 지낸답니다.
<자료 출처 : 내 경험, https://job.career-tasu.jp/2017/guide/exam/point/step02.html,
https://www.s-shiori.com/con2/archives/2013/09/es3-2.html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