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국제비즈니스어학부 일어전공 10학번 박*형입니다.
지난번에 쓴 글 <일본 취업에 대해 알아보자>에 이어 이번 포스팅에서는 제 경험을 다뤄보려합니다.
저는 일본에 워킹홀리데이(이하 워홀) 비자로 체류하고 있을때 就活를 하였습니다. 지금은 웃으면서 추억하는 정도지만 당시엔 정말 힘들었죠.
자주 ‘왜 일본에서 취업하고 싶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는데, 말로 얘기하면 길어져서 항상 '일본어를 쓰는 직업을 갖고싶어서' 등으로 얼버무리고 마는데 사실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2015년 7월 일본 오사카에 도착한 후 바로 주민등록을 끝내고 그 다음날 핸드폰 계약 및 우체국 계좌개설을 끝낸 저는 도착 3일차 만에 알바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가져간 돈이 얼마 없던 것과 의미 없이 방구석에서 빈둥대고 싶지 않아서였죠. 나름 제 일본어 실력에 취해있던 저에게 알바 찾는거야 껌이라고 생각했지만 1주일동안 모든 알바면접에 미끄러졌습니다. 술집부터 마트 계산까지...
너무 답답해서 지하철 30분 거리에있는 교토로 관광을 갔습니다. 교토는 어딜가도 돈을 쓰게 만드는 도시입니다. 10엔이 아쉬웠던 저한텐 500엔짜리 시티패스가 그림의 떡이었죠. 그래서 습한 날씨와 땡볕 아래서 하루를 꼬박 걸어 교토역 주변 관광지 등을 돌았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죠. 꼭 내 일본어 실력을 인정받고 일본에서 엔화로 돈을 왕창 벌거라고. 그 이후 무사히 일을 찾았고 워홀생활도 점점 나아졌습니다.
하지만 주5일 이상을 일하면서 생활비를 벌며 바쁘게 살던 저에게 인턴쉽은 커녕 자기연구나 기업연구를 할 여유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된거 먼저 자금을 모아놓고 합동설명회를 많이 가보자고 결심했죠. 이윽고 새해가 밝았고, 한국에서 가져온 정장을 입고 설명회를 돌아다녔습니다. 될 수 있는 한 정장 세트(정장 상, 하의 및 셔츠, 넥타이, 양말, 구두, 서류 가방 등)는 꼭 한국에서 맞춰가시길 바랍니다. 일본 수트 전문점(洋服の青山 등)도 크리스마스 이후부터 就活生를 위한 세일을 하긴 하지만 지갑을 열기엔 여전히 부담스러운 가격일 경우가 많습니다. 활동량이 많아 땀에 젖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한국의 중저가 브랜드에서 맞춰 가시는걸 천합니다.
그리고 너무 어둡지 않은 검정색 정장을 구입하세요. 전 비교적 여러 장소에서 입을 수 있는 네이비색이었는데 이 색을 입은 就活生는 저밖에 없었습니다. 오히려 눈에 띄었을 수도 있지만 ‘딱봐도 얜 외국인이구나’라는 눈빛을 또 받는건 사양하고 싶네요. 옷에 관심이 많아서 다른 사람들의 정장을 많이 눈 여겨 봤기에 쓸 글은 많은데 이 이상 써버리면 패션 포스팅이 될거같아 그만두겠습니다.
당시 오사카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제법 규모가 큰 합동설명회에 쉽게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하고 싶었던 서비스업(サービス業) 이외에도 제조업(メーカー), 금융(金融), IT 및 통신(通信) 등 여러 업계를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합동설명회에 가면 기업 부스들이 쭉 나열되어있는데, 이 중 한 부스에 들어가 30~50분 설명을 듣고 5~10분 휴식 및 다른 기업부스로 이동하는 식입니다. 회장에 입/출입은 언제든지 가능하고 따로 마련된 곳에서 식사도 할 수 있으니 간단히 끼니를 때울 빵,우유 등을 사갖고 가시길 바랍니다. 너무 배불러버리면 기업 설명도 귀에 안들어올 뿐더러 귀소본능만 강해지니까요.
이윽고 엔트리를 할 수 있는 3월이 찾아왔고 就活를 시작하기 전부터 가고 싶었던 회사 한 곳, 설명회에서 찾은 한 곳, 그리고 ‘마이나비’에서 찾은 한 곳 등 총 3곳에 엔트리 하였습니다. 같은 시기 就活를 하고 있던 지인들 중 10곳 이상, 20곳 이상의 기업에 엔트리했던 사람도 있었지만 알바도 있고 너무 就活에 올인하고 싶지 않아서 딱 3곳만 했습니다. 그리고 선고과정이 시작되었죠.
먼저 이력서를 쓰는 법부터 알아봐야했죠(구글에 履歴書 書き方검색하면 많이 나옵니다). 정장을 입고 사진을 찍으러가고, 이메일 계정도 새로 만들어야했으며, 프린터도 없어서 PC방(ネカフェ)에 이력서를 인쇄하러 가야했습니다. 이메일 계정을 왜 새로 만들어야했냐면 이상한 닉네임 보다는 본인 이름이 들어가는게 좋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예를들어 이름이 홍길동일 경우 메일 주소를 ‘honggildong92@메일’처럼 본명을 넣는게 이력서에 더 어울린다고 하네요)
그리고 엔트리시트나 面接에서 꼭 다뤄지는 자기어필을 준비하는 것도 고역이었습니다. ‘자신의 장점을 지원 기업이 요구하는 그것과 얼만큼 맞추어 표현할 수 있는가’가 포인트였죠. 저는 손님의 행복이 우선인 서비스업에 주로 엔트리 했었기에 평소 누군가에게 이벤트를 해 주는 걸 좋아하는 성격을 부각시켰습니다. 제 자신을 구체적인 사물인 깜짝상자(ビックリ箱)로 묘사하니 면접장 분위기도 좋아지는 등 호평을 많이 받았어요.
필기시험은 따로 문제지를 풀지 않았습니다. 그냥 읽히는대로 그리고 아는 데로 풀었습니다. 어휘를 많이 알아야 하는 것과 중,고등학교 수준의 수학 공식정도는 알아가는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다음 선고과정으로 면접이 찾아 왔습니다. 저는 집단면접이 많았는데, 여기서 팁은 타인이 이야기를 잘 들어줘야 한다는 겁니다. 워낙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걸 좋아하니까 평상시처럼 고개를 끄덕인다거나 미소를 지으면서 리액션을 많이 했어요. 그랬더니 긴장도 자연스레 풀어지더라구요. 그래서 전 개인 면접보단 집단면접이 좋았어요.
2차 면접부터는 대부분 지원 기업에 관한 질문을 받습니다. 전국에 총 몇개의 호텔이 전개되어있는지(호텔기업일 경우), 우리 영업점은 가본적이 있는지(여행 회사의 경우), 창업년도가 언제고 창업자 이름이 뭔지 아는지(대부분의 경우) 등. 1차 면접 합격 발표 후 2차 면접까지 다소 촉박한 시간이 주어지는데, 여러분이 만약 면접관이라도 그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회사에 대한 지식을 많이 쌓은 ‘열정 넘치는 오타쿠’를 뽑지 않을까요?
그리고 ‘날 뽑아줘’라는 눈빛을 면접관에게 보낸다거나 너무 절박해보이는 모습을 어필하는 건 좋지 않아요. 같이 면접보는 저에게도 보이는데 면접관 눈에도 당연히 보입니다. 저는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은 날 기다리고 있을거고 만약 니네가 안뽑으면 몇 년 뒤 땅을 치며 후회하게 해주겠다’라는 생각으로 임했더니 최종면접인 3차까지 무사히 합격했죠.
마지막으로 외국인 지원자만 보는 일본어 깜짝시험을 보고 몇일이 지난 6월 초, 곧 입사 예정인 기업으로부터 합격통보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5월 끝자락에 받았던 중소기업 호텔 내정을 거절해야했죠. 원래는 찾아뵈고 인사를 드려야하지만 도저히 면목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전화로 통보드렸습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사람이 어떻게 될 지 모르고 너무 매너없이 행동했던 것 같아요. 이 글을 읽은 여러분들이 만약 내정을 여러 기업에서 받고 몇 군데를 거절해야할 상황이 온다면 꼭 찾아뵈고 거절하시길 바랍니다.
여기까지가 제 就活 스토리 입니다. 개인적인 이야기여서 앞으로 여러분이 경험할 就活와는 많이 다를 수 있어요. 참고로만 삼아주시면 고맙겠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면 더욱 기쁘겠네요.
앞으로 여러분들이 한국과 일본, 어디서 就活를 하든 응원하겠습니다. 앞선 1편과 본 2편까지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